잊혀지지 않는 스리랑카 성지에서의 한 장면 - 담불라 석굴
진공 현여(법륭사 주지)
스리랑카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동안
신도들 모두 가까워 졌다.
현학스님과는 어려서부터 함께
부처님 도량에서 자랐는데
이렇게 일주일 넘게 여행을 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여행기간 대부분 같은 방사를 썼는데 배려심이 깊고
나를 늘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은 모든 집착을 훌훌 털어버리고
부처님과 가장 가까이 있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글을 쓰려면
현지에서 참고 할 만한 것을 적고
정리를 해두어야 하는데 그런 작업들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한편씩 쓸 뿐이다.
여행에서는 가이드란 무척 중요하다.
이분들은 우리가 성지순례 갈 곳을 선택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가는 곳 마다 성지에 관하여 설명을 해준다.
이 어렵고도 복잡한 작업들을
와치싸라스님이 해 주었다.
그리고 늘 있는 듯, 없는 듯 도움주고 밝은 웃음을 준
현지 여행사 무디, 구마르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인생을 살아가는 곳곳마다
등불이 되어주고 길잡이가 되어준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침에 넓은 호수가에 있는 호텔에서 일어났다.
밖에는 고요속에서 가끔씩 새소리가 들려온다.
스리랑카 호텔들은 넓은 숲속에
각각 별채의 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내는 동안 깊은 휴식을 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아침 조식 후 간단한 용품을 챙겨서 버스에 탔다.
모두들 밝은 웃음을 가지고 있다.
한껏 들 뜬 마음으로 버스가 출발했다.
기사는 좁은 길들을 솜씨 좋게 벗어나서 달리고 있다.
스리랑카의 길들은 대부분 한 개 차선이라서
추월을 하려면 반대 차선을 넘나들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에도 놀라지 않게 운전을 했다.
좁은 길을 올라 담불라 석굴 사원 앞에
버스가 정차했다.
이 길은 와치싸라스님이 담불라 석굴의
뒤편길이라고 했다.
노보살님들을 배려해서 최대한 단거리로
와치싸라스님이 안내 해 주었다.
길을 오르니 한쪽 옆에 광주리를 올려놓고
부처님께 공양할 꽃을 파는 여인이 있다.
스리랑카 사원 앞에는 부처님께 공양 올릴 꽃을
파는 모습을 가끔씩 보았을 뿐 아주 정갈했다.
와치싸라스님은 부처님께 공양 올릴 꽃을
우리에게 사주었다.
이 꽃을 들고 산을 오르니 저 산 어딘가에
부처님이 계실 것 만 같다.
잠시 오르니 엄청나게 큰 바위산이 나타났다.
이 바위산은 기원전 아누라다푸라에서 추방당해
피신해 와있던 바타가마니왕이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바타가마니 왕을 숨겨주고
용기와 희망을 주어
다시 아누라다푸라로 돌아가서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바타가마니왕은 늘 부처님과 스님들께 감사하며 지내다가
이 바위에 굴을 파서 부처님께 공양하기로 하고
기원전 1세기경부터 불사에 들어갔다.
이후 500년 동안이나 바위에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는 계속되었다.
담불라석굴의 규모는 엄청나다.
모두 5개의 석굴로 되어있는데 한 석굴마다
부처님의 설법하는 모습부터 열반상. 입상등
가지가지 모습의 부처님을 참배 할 수 있다.
2천년 전 어떻게 이 대작불사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그 신심과 정성이 감탄스럽다.
회장님은 나와 함께 법륭사 불사를
10년동안 해 와서 인지 더 감개무량 한 것 같다.
석굴 불사를 시작한 바타가마니 왕에게도
절을 올리며 감사를 드렸다.
2천년이나 지난 석굴안의 부처님과 불교 유적들은
아주 잘 보전되어있다.
마치 불과 몇 년 전에 부처님을 조성한 것 같았다.
또한 천정과 벽면의 그림들도 선명하여
2천년의 시간을 잊게 했다.
신도 모두들 석굴마다 가득 가득한 부처님과 보살님께
절을 올리고 또 올렸다. 불국토가 여기 같았다.
그 무거운 돌덩이가 부처님이 계시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솜털같이 부드러웠다.
담불라 석굴을 만든 석공들의 신심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
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적어져 가는 이 시대에
바타가마니왕은 재가불자의
공양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보살이다.
무너지지 않는 신심을 내 보자는 마음을
굳게 가져보는 성지에서의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