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스리랑카 성지에서의 한 장면 - 完

진공 현여(법륭사 주지)
 
 

마하보디사와 국제교류협약

오늘은 와치싸라스님 사찰 마하보디사에서

법륭사와 교육 문화교류 협약을 맺는 날이다.

가는 길이 관광지와 달리 길도 좁고

버스 창가에 가난한 마을이 보인다.

오랜 내전으로 부모를 잃거나 다치는 등

힘든 사람들이 모여들던 이곳에

마하보디사를 세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하보디사 유치원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학비가 전액 무료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흰옷을 입은 아이들이

밝은 웃음으로 목에 꽃다발을 걸어 주었다.

신도들과 함께 마하보디사 법당 부처님께

참배를 올렸다.

부처님은 조용히 좌선을 하면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어느 법당 부처님이든 특별한 법문은 없다.

말조심하고, 행동조심하고,

그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것 같다.

공양간에 우리를 위해서

많은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마하보디사 신도 분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신도들과 함께 저녁공양을 마치고

식탁을 치우고 협약식을 준비했다.

먼저 와치싸라스님이

스리랑카 불교 의식으로 하고

이어서 나는 한국 불교 의식으로 진행 했다.

스리랑카에서 목탁에 맞추어 신도들과 함께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하니 신심이 일어나고

마음속 깊은 울림이 있다.

법륭사와 마하보디사는

교육, 문화 및 교류에 협력할 것을 서약하고

와치싸라스님과 악수를 나누었다.

한국 시흥 법륭사가

스리랑카 마하보디사와

국제교류 협약을 맺은 것이다.

협약을 끝내고 기념촬영 후

마하보디사 유치원 아이들에게

과자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하루는 어느 덧 저물고

희미한 불빛을 길잡이 삼아

버스에 지친 몸을 실었다.

콜롬보 독립광장에서 
 

어제 호텔 방에 벌레가 많아서 잠을 설쳤다.

아침에 로비에 나가니 신도분들이

일찍 짐을 싸서 나왔다.

잠자리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 동안의 부처님의 성지를 참배하며

수행이 되었는지

불편을 이야기 하는 신도도 없었고

밝은 웃음으로 아침 인사를 해 주었다.

콜롬보 시내에 들어가니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식민지 시대에 건설 된 것이지만

지금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듯 하다.

이런 건물들을 보니

콜롬보가 더 깊은 맛이 느껴지고 정서가 있다.

일주일 만에 신도들과 함께

커피점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니

온 몸으로 향기가 배어든다.

여행이라는 것은

삶의 중간 중간에 쉼과 같은 것 같다.

거기다 여행 중에

아름다운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쉼 중에서 쉼 이다.

커피를 마신 후 스리랑카 독립광장에 갔다.

유럽양식으로 지은 독립기념건물은

단아하고 평화롭게 보였다.

어디한 곳 막힘없이 사방이 훤하게 뚫려 있고

곳곳에 불교의 상징물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편안하게 안팎을 돌아보며

관람을 하는데 차분하고 고요했다.

관람하는 사람들 중에 사미스님 한분과

젊은 청년들이 보였다.

와치싸라스님은 사미스님과

청년들 곁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어려서 부모를 잃고

삼형제가 의지해서 살았다고 한다.

청년들은 직장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막내는 출가시켜서 스님이 되었고

보고 싶을 때 한 번씩 만난다고 한다.

부처님은

‘세상 어는 곳에도 괴로움은 있다’고 법문했듯이

삶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스리랑카 여정을 모두 마치고 공항에 들어가니

부처님이 우리 일행을 배웅해 주듯이

거룩하게 모셔져 있다.

여행의 마무리가 있듯이

삶에도 마무리가 있을 것이다.

마무리 하는 날 삶에서 괴롭고 힘든 일들도

하나의 내 인생의 부분이었음을 깨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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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주지스님의

‘잊혀지지 않는 스리랑카 성지에서의 한 장면’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법륭사 신도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