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입춘대길 만사형통 주지스님법문
2026.02.10
입춘대길 만사형통 (立春大吉 萬事亨通)
현여(법륭사 주지)
입춘(立春)은 봄이 시작되니 대길(大吉), 곧 큰 행운의 기운이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만사(萬事)는 모든 일이, 형통(亨通)은 막힘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입춘방(立春榜)이라 하여 집안의 어른들은 입춘절이 되면 정성스럽게 먹을 갈고 글을 써서 대문 앞에 붙여 놓았다.
입춘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이기도 하다. 농사에는 하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삼재(三災)의 소멸을 축원한다. 삼재(三災)란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를 말한다.
화재(火災)는 불에 의한 재앙이다. 산에 의지해 약초나 버섯을 캐는 사람들은 산불이 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또한 산불은 마을을 덮쳐 사람들의 생명까지 앗아가기도 한다. 지난해 봄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산과 마을에 큰 피해를 안겨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재의 재앙이 없기를 기도한다.
삼재(三災)의 또 다른 하나는 수재(水災)이다. 수재는 물에 의한 재난이다. 요즘은 기후 변화가 심해 짧은 시간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마을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데 있어 긴 장마나 폭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풍재(風災)이다. 바람에 의한 재난으로, 추석 무렵 불어오는 태풍은 과수원이나 논밭에 큰 피해를 남긴다. 곧 수확해 상품화될 과일들이 태풍으로 인해 밭에 즐비하게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 이 세 가지 재난은 사람의 삶에서도 참으로 힘든 일이다.
사람에게도 삼재(三災)가 있다고 한다. 삼재는 3년간 드는데, 올해 병오년에는 돼지띠(亥), 토끼띠(卯), 양띠(未)생이 머무는 삼재에 해당한다.
삼재에 해당되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말을 조심해야 한다. ‘구시화문(口是禍門) 필가엄수(必加嚴守)’란 입은 재앙의 문이니 반드시 엄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하는 말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삼재가 든 사람은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 자신이 한 말이 스스로에게 큰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문을 반드시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또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몸을 아끼고 바깥출입을 할 때에도 잘 가려서 다녀야 한다. 위험한 곳은 피하고 항상 안전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생각을 늘 바르게 해야 한다. 잠깐의 잘못된 판단이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병오년이 시작되었고 입춘절이다. 새해에 말로 주고받는 덕담보다, 정성스럽게 입춘방을 붙이며 가족 모두에게 큰 행운이 오기를 축원하던 날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는 글귀처럼, 봄이 시작되는 이때 올 한 해 우리 모두의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리고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